2007년 5월 3일 목요일

[미드 속 인물] 미국 중산층의 허상 ‘위기의 주부들’ 브리


2005년 ‘위기의 주부들’(원제: Desperate Housewives)이 국내에 소개될 당시 언론들이 뽑은 헤드카피다. 미국 대통령 영부인 `로라 부시가 즐겨보는 드라마` 그 자체로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막상 방영되자 위기의 주부들은 로라 부시가 아닌 네 명의 주부가 화제가 됐다.


이미 두 시즌을 통해 국내에도 많은 매니아를 만든 이 드라마는 미국 교외의 중산층마을 위스테리아에 사는 네 주부들의 일상을 다뤘다. 새로운 사랑을 찾는 이혼녀 수잔(테리 해처), 잘 나가는 직장 여성에서 말썽꾸러기 아이들에 시달리는 전업주부 리네트(펠리시트 허프만), 완벽한 주부를 꿈꾸는 브리(마샤 크로스), 풍족한 생활과 함께 남편 몰래 바람을 피우는 가브리엘(에바 롱고리아)이 주인공들이다.


이들 가운데 위기의 주부들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브리다.그녀는 ‘살림의 여왕’ 마샤스튜어트를 뺨칠 만큼 완벽한 집안 꾸미기와 요리 솜씨를 보여준다. 위스테리아의 모든 주부가 브리의 살림에 감탄 또는 질시를 보낸다. 이웃집 남편들은 자신의 아내와 브리를 비교하며 ‘브리만큼만’을 외치고 옆집 참견쟁이 후버 부인은 브리의 정원을 탐내다 망쳐놓기도 한다. 무엇보다 브리는 독실한 기독교이자 공화당원이다.
미국 백인중산층의 이상적인 주부로 흠잡을 데 없는 가정을 만들었지만 한꺼풀만 벗기면 브리가 이룬 모든 것은 모래위에 지은 집처럼 불안하다. 완벽함에 대한 강박과 기도교적 엄숙함으로 남편과 끊임없이 갈등하고 아들은 동성애자임을 고백하고 딸은 순결서약과 무관하게 행동한다. 메인 카피인 ‘누구나 더러운 빨랫감을 조금씩은 지니고 있다’(Everyone Has a Littel Dirty Laundry)`는 마치 브리를 위해 준비한 문구인 듯 하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더러운 빨랫감’을 잔뜩 안고 투쟁 중인 브리를 보면 애처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브리는 어머니이자 아내이기에 견딘다. 시즌1에서 부부상담을 받으러 간 자리에서 브리는 이렇게 자신을 변호한다.
“프로이트는 19세기 말에 성장했어요. 가전제품도 없는 시대였죠. 그의 어머니는 가족을 돌보기 위해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만 했죠. 그런데 프로이트는 뭘 했나요? 그는 성인이 되어 유명해지고 나서 모든 성인들이 지닌 정신적 문제가 어릴 적 엄마들이 그들에게 저지른 일 때문이라는 이론을 발표했어요. 프로이트의 엄마는 정말로 배신당한 기분이었을 거에요. 그의 엄마가 얼마나 그를 위해 희생했는지 프로이트도 알고 있었을 것이 분명해요. 하지만 `감사합니다`라고 단 한마디라도 했을지 의문이군요.”

브리의 이 말은 ‘위기의 주부들’이 관통하는 문제이자 최초의 출발점이다. 대본을 쓴 작가 마크 체리는 이 세상 모든 주부들이 자신만의 절박함을 부여안고 싼다는 것에서 작품을 구상했다. “대통령이 잠든 후 밤 9시가 되면 나는 위기의 주부들을 본다. 나 역시 위기의 주부다”고 말한 로라 부시의 언급은 괜히 나온 게 아닌 듯 하다.
브리를 연기한 마샤 크로스는 영화 TV 등 여러분야에서 다양한 배역을 거치며 성장했다. 18세 때 뉴욕 줄리어드 스쿨 드라마학과에 합격했던 그녀는 최근 심리학 석사를 받는 등 학업에도 꾸준한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해 주식중개인 톰 마호니와 결혼한 그녀는 지난 20일 44살의 나이에 쌍둥이를 출산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마사 크로스의 임신과 출산으로 ‘위기의 주부들’ 하차 소문이 나돌았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 없다. 시청자들 또한 시즌을 거듭할수록 진정한 ‘위기의 주부’가 되가는 브리를 계속 만나길 고대하고 있다.

댓글 없음: